손에 잡히는 투자백우진 2018.04.26
‘틀리는 법’을 멀리하라... 시세에 휘둘리지 말고 자만을 경계해야
주식시장에는 투자자를 유혹하고 흔드는 변수가 성공 투자에 이르는 원리와 지침보다 더 많고 힘이 더 강합니다. 또 여러 매매방법론이 투자자를 오도합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편향에 빠져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주식투자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주식투자의 첫 걸음은 ‘틀리는 법’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원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런데도 주식투자에 성공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성공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지 않은 이유>
첫째, 투자자를 유혹하고 흔드는 변수가 성공 투자에 이르는 원리와 지침보다 더 많고 힘이 더 강하다.
둘째, 여러 매매방법론이 투자자를 오도한다.
셋째, 많은 사람이 편향에 빠져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주식투자의 첫 걸음은 ‘틀리는 법’을 멀리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맞히는 법’, 즉 수익을 올리는 길이 무엇인지 원리를 익히고 실행해보면서 투자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주식투자의 지침을 7가지로 추려서 살펴본다.
1. 오늘 주가 몇 번 확인했나요?
주가를 수시로 확인하다 보면 평정심을 잃고 매매해 손실을 볼 확률이 높아진다.
왜 그럴까? 주가를 자주 들여다보면 손실에 더 예민해진다. 손실과 수익이 같은 빈도로 발생한다고 해도 투자자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손실 시기에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손실을 줄이는 선에서 매도하게 된다. 아울러 주가를 자주 체크하다 보면 이미 충분히 오른 주식을 매수할 위험이 커진다.
주식시세를 봐야 한다면 장이 끝난 다음에 점검하는 것이 대안이다. 주식시장 뉴스도 자주 접할 필요가 없다. 뉴스를 계속 볼수록 감정을 다스리거나 수익률을 맑은 정신으로 살펴보기 어려워진다.
주가 수시로 확인하다 평정싱 잃으면 손해
유럽 증권계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불린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1906~99)는 “증권거래소에서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돈을 번다”는 말을 전했다. 코스톨라니는 “우량주를 산 뒤 수면제를 복용하라”고 비유하며 이렇게 조언했다. “그렇게 하면 사이사이에 울리는 천둥 번개를 의식하지 않고 몇 해 동안 푹 잘 수 있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기쁘고도 경이로운 순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2. 많은 투자자가 빠지는 착각 “내 투자방법이 늘 옳다”
주가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많은 투자자가 괜찮은 수익률을 올린다. 이 때 많은 투자자의 상당수는 괜찮은 수익률이 자신의 실력 덕분이라고 착각한다. 그런 투자자를 A 씨라고 하자. 실제로 그가 주식을 매매한 원칙은 강세장이 아니었다면 손실로 귀결될 종류였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투자 방법이 주효했다고 여긴다.
그는 강세장이 지난 다음에도 같은 방식을 유지한다. 이번에는 그의 투자법이 통하지 않는다. 다음에도 그는 손실을 본다. 행운에 속은 그는 자신의 형편 없는 실력을 과신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다.
자신의 분석력과 판단력에 객관적 평가를
사람들은 대개 결과가 좋으면 자기 덕으로 여기고, 결과가 나쁘면 운을 탓한다. 사람들 중 80~90%가 자신이 평균보다 뛰어나고 중간값보다 낫다고 자평한다. 투자에 앞서 자신의 분석력과 판단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3. 아직도 차트를 분석하나요?
기술적 분석은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 사례로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즉, 세계적인 투자자나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투자자 가운데 주로 기술적 분석을 활용했다는 인물은 거의 없다.
기술적 분석이란 과거 주가와 거래량의 흐름을 분석해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기술적 분석은 대개 과거 자료를 도표(차트) 등으로 정리한 뒤 주가가 움직이는 패턴을 추정한다. 이에 대한 논리적 반박은 ‘주가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트 분석은 룰렛 게임과 같나?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차트를 뒤집어놓고 봤을 때 (차트가 바로 놓였을 때와) 다른 답이 나오지 않는 걸 보고 (기술적 분석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코스톨라니는 “각종 차트 형태들에 현혹되는 것은 ‘돈을 죽이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차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컴퓨터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 룰렛 도박꾼과 다를 바 없는 미치광이”라고 단언했다.
4. 남들과 반대로 매매할 배짱, 있습니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사람은 집단 압력에 약하고 무리의 행동을 따라 한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투자자도 군집행동을 한다. 남을 따라 투자하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 설령 그랬다가 손실을 보더라도 대다수의 손실에 묻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에서 남다른 수익을 올리려면 남과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판단력과 배짱이 있어야 한다. 버핏은 투자자는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시장과 반대로 가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약 10년마다 먹구름이 우리 경제를 뒤덮고서, 잠시 금을 비처럼 퍼부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경기침체기에는 우량 기업 주식의 가격이 가치보다 크게 떨어지는데, 이 때가 기회라는 말이다.
경기침체기에 우량 기업 주식을 포착해야
버핏은 금이 비처럼 내릴 때에는“티스푼이 아니라 빨래통을 들고” 우량주를 저가 매수하라고 말했다. 버핏이 기회를 포착한 최근의 큰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그는 “폭풍우가 몰아쳐도 겁내지 않는다”며 “노래 가사 ‘그치지 않는 폭풍우는 없다네’를 마음에 새긴다”고 들려줬다
5. 싸게 사서 비쌀 때 팔면 됩니다
주식 투자는 타이밍이다. 주가가 저렴한 시기에 주식을 사들였다가 주가가 오른 다음에 팔면 된다. 이렇게 하려면 주가가 저렴한지 비싼지 가늠하는 지표를 알아야 한다.
주가를 비교하는 지표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많이 쓰인다. PER는 현재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뜻한다. 달리 말하면 시가총액이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낸다.
PER를 계산하는 순이익은 다가오는 기간의 것이 의미 있다. 지난해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PER는 지나간 수치일 뿐이다. 예컨대 지난해 순이익이 사상 최고일지라도 올해에는 크게 악화될 게 확실하다면 주가 하락세를 막지 못한다.
PER, PBR 확인!
주가가 늘 지표 따라 가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론 항상 지표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저렴한지 가늠하는 다른 지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순자산과 비교한 주가가 낮을수록 저렴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PBR이 1보다 작을 경우 이론적으로 그 회사 주식을 100% 매수해 부채를 갚으면 남은 순자산이 주식 매수 대금보다 크다.
PER가 같은 업종의 평균보다 매우 높은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까?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PER가 높더라도 순이익이 빠르게 증가하는 종목은 매수해도 된다. 예를 들어 PER가 30인데 연간 순이익 성장률도 30%라면 주가가 높은 편이 아니다.
주가가 꼭 지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주가는 오랫동안 지표에서 벗어나 멀리 갈 수 있다. 그러나 물체가 중력을 받아 낙하하고 눌렸던 스프링이 반발력을 내는 것처럼, 주가는 언젠가는 지표의 영향을 받는다.
6. 저평가됐더라도 저성장, 소외된 주식은 피하세요
PER과 PBR이 낮은 저평가주를 매수하기 전에 꼭 살펴볼 부분이 있다. 그 종목이 저평가될 만한 이유가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주식이 저렴하더라도 성장성이 매우 낮은 탓이라면 바로 이 요인으로 인해 주식이 값싸게 된 것이다. 예컨대 PER가 10 아래이고 이익 증가율이 5%인 상장사가 있다면, 이 종목은 매수하기에 저렴하다고 할 수 없다.
이익 성장도 낮고 거래량도 작은 소형주는 관심을 꺼두는 것도 좋아
또 그 주식에 대해 소수의 투자자만 관심을 가진 탓에 주가가 저렴한 경우도 있다. 그런 주식을 소외주라고 부른다. 투자자의 관심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거래량이다. 하루 거래량이 1만~2만주밖에 안 되는 종목이라면 매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형주인 데다 이익 성장률도 변변하지 않아 증권사 애널리스트 누구도 보고서를 내지 않은 종목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좋다.
7. 내가 잘 아는 회사에 투자합시다
버핏은 매수 검토 대상을 좁혔다.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주식으로 한정했다. 그런 영역에서 소비자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고 수익성이 좋은 종목을 선별해 투자했다.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하라는 지침으로 가장 극적인 성과를 낸 투자자가 피터 린치다. 린치는 일자리에서나 소비 생활에서 자주 접해 사업 내용이나 변화를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그는 “주식투자자는 남다른 무언가를 찾는 성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가까운 곳에서,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투자할 기업을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이해하는 산업의 주식을 사는 것도 도움
가까운 곳의 종목은 그 기업의 사업성을 잘 분석하고 전망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는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다. 해당 분야 종사자일 경우 변화를 남보다 먼저 알아챌 수 있다.
린치는 던킨도너츠의 간편한 아침 식사에 만족했다. 부인에게서 자주 구매하게 된 헤인스의 스트킹이 인기 있다는 말을 들었다. 유행에 민감한 딸들이 갭 청바지를 극찬했다. 이는 그가 던킨도너츠, 헤인스, 갭에 관심을 갖고 분석한 뒤 매수하게 된 계기다.
린치가 투자한 기업 중 상당수는 주가가 몇 배로 급등했다. 10배로 뛴 ‘10루타’ 종목도 있었다.
백우진 편집위원
경제·금융 칼럼니스트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같은 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동아일보, 중앙일보에서 경제 기사를 썼다. 관련 저서로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주식투자법 》, 《안티 이코노믹스》,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