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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공시/서비스

“행동주의 펀드 경영 개입 필연적…성과 낮은 경영진 긴장 높여”

조선비즈 2025/05/01

기업에 대한 주주 영향력이 큰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과 성과 창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자본 배분과 자산 효율성을 최적화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성과가 낮을 우려가 있는 경영진은 행동주의 펀드가 움직이기 전에 선제적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더 나은 경영 결정을 내리는 노력을 하게 된다.이와 관련해 제시 M. 프라이드(Jesse M. Fried)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변화를 원하지 않거나, 가치 창출 결정을 내릴 능력이 부족한 경영진에게 행동주의 펀드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을 가한다”라며 “경영진은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주주 가치를 증대할 여러 경영 개선을 시도하게 된다”라고 했다. 프라이드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행동주의 펀드와 관련한 법적 및 경제적 영향을 연구하는 학자다.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재무 성과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시장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일부는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집중하면서 장기 전략이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도 여긴다. 프라이드 교수는 “그럼에도 행동주의 펀드는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다음은 프라이드 교수와 일문일답.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과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행동주의 펀드는 두 가지 방법으로 경영을 개선하고, 주주 가치를 높인다. 첫째, 경영진은 행동주의 펀드와 관계를 원하지 않는데, 이는 경영진이 압박을 받거나, 교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할 가능성만으로도 경영진은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둘째, 만약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지 못하면, 행동주의 펀드는 경영진을 설득하거나 압박해 기업 운영을 개선, 주주 가치를 높이거나 심지어는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자본 배분과 자산 효율성 최적화에 행동주의 펀드가 어떤 역할을 하나.“기업은 종종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 이는 경영진이 변화를 원하지 않거나, 가치 창출 결정을 내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효율성은 ‘주주에게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현금을 배분하지 않는 경우’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을 분할하거나 매각하지 않는 경우’ ‘자산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행동주의 펀드는 비효율성을 발견하고, 경영진에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을 가한다.”미국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 투명성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나.“미국에서는 기업 투명성 문제가 크지 않다. 강력한 증권법이 대부분 중요한 정보를 시장에 공개하도록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동주의 펀드는 추가적인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행동주의 펀드는 성과가 부족한 경영진에게 교체될 수 있다는 걸알려 책임성을 높인다.”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의 장기 전략이나 혁신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기업의 장기 전략은 주주에게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장기 전략이 주주에게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기업의방향을 수정하려고 개입하게 된다. 행동주의 펀드가 좋은 장기 전략에 개입하려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소규모 주주이기 때문에 다른 주주가 지지할 가능성은 작다.”장기적인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경험상 행동주의 펀드 개입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가 좋아진 사례가 기업 성과가 나빠진 일보다 더 빈번했다. 물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이 기업 성과를 해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행동주의 펀드는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주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경영 개입이 시장 불안정성이나 경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나.“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행동주의 펀드가 구조조정을 요구할 때도 있지 않은가.“해고될 위험이 있는 직원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건 미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경제구조 덕분에 미국 기업은 자금을 쉽게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다. 해고된 직원은 대체로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낮고, 외국인이 일자리를 찾으러 오는 매력적인 나라가 미국이다.”기업의 단기 성과 장기 가치 창출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면.“기업의 단기 성과와 장기 가치 창출이 충돌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경영진은 장기 가치 창출에 더 집중해야 한다. 경영진이 지닌 장기 전략이 탄탄하다는 점을 시장에 설득할 수 있다면, 주가는 이를 반영할 것이고, 행동주의 펀드는 경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전략이 경영진 생각만큼 탄탄하지 않다면, 경영진은 행동주의 펀드 등에 실적과 주주 가치 증대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Plus Point한국콜마 경영 참여 선언한 美 행동주의 펀드 돌턴199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설립된 행동주의 펀드 돌턴인베스트먼트(이하 돌턴)가 화장품·제약사 한국콜마그룹 지주사 콜마홀딩스 경영에 본격 개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콜마홀딩스 주가가 뛰고 있다. 돌턴은 3월 14일 콜마홀딩스 주식을 23만337주 취득, 지분율을 기존 5.02%에서 5.69%로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또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공시에서 돌턴은 “회사 업무 집행과 관련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주주 및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해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시 이후 콜마홀딩스 주가는 크게 올랐다. 3월 14일 7140원이던 주가는 17일 9280원에 이어, 24일 9300원을 기록했다. 통상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에 참여하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매입 등 주주 가치 제고 움직임이 나타나기 때문에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나타난다. 돌턴은 2024년 초부터 콜마홀딩스의 지분을 매입해 왔으며, 2024년 10월에는 지분율이 5%를 넘어 주요 주주에 올라 공시 의무가 생겼다.앞서 3월 12일 돌턴은 3월 31일 열리는 콜마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주총)에 임성윤 돌턴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하는 주주 제안 의안을 올리기도 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상근하지 않지만, 이사진으로 회사의 의사 결정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돌턴은 이번 주총에서 콜마 측에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3분기 기준, 콜마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2억1636만원이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7배다. PBR이 1배 이하면 저평가됐다고 본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 환원책으로,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현재로선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작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콜마홀딩스의 최대 주주 및 특수 관계인 지분이 48% 이상이기 때문에 돌턴이 단독으로 경영권을 흔드는 게 어려워서다. 이번에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권 확보’로 바꾼 건 압박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돌턴은 지난 2월 돌턴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콜마홀딩스를 비롯해 이미 10여 곳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코노미조선=박진우 기자Copyrights ⓒ ChosunBiz.com